나의 디지털 노마드 시작기
메타디스크립션: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끈 나의 새로운 여정. 노마드크리스, 노마드마크, 그리고 퀴즈 채널까지. 시행착오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도전의 마음을 기록합니다.

디지털 노마드?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3년 전쯤이었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게. 낯선 단어였고, 내 삶과는 아무 상관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튜브 알고리즘은 그때부터 꾸준히 나를 디지털 노마드라는 방향으로 밀어붙였다.
코로나로 세상은 정지했고, 내가 운영하던 샵에도 고객이 끊기기 시작했다. 공기마저 침묵하던 그 시절,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호기심은 생각보다 강했고, 나는 그 흐름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1. 노마드크리스와의 첫 만남, 브루와 ASMR
그 시작은 ‘노마드크리스’라는 사람의 유튜브였다. 그는 대전에서 영어학원을 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빚을 지고, 블로그를 시작하고 유튜브로 수익을 냈다고 했다. 영상의 서론은 길었고, 말도 반복적이었다. 듣다 보면 약간은 ‘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는 따라 해보고 싶은 실용적인 정보들이 숨어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브루(Bruu)’라는 영상 제작 도구였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음성과 영상이 자동으로 생성된다는 설명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빗소리 ASMR 영상 만드는 법’. 나는 ‘ASMR로도 수익이 된다고?’ 반신반의하면서도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한겨울 밤, 오래된 선풍기를 틀어 놓고 공폰으로 소리를 녹음해봤다. 덜덜거리는 소음이라 여러 번 다시 녹음해야 했지만, 그 과정조차 흥미로웠다.

2. 노마드마크를 얕봤다.
노마드크리스의 채널이 인기를 얻자, ‘노마드’라는 이름을 딴 유튜브 채널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노마드디지털, 노마드브라더, 그리고 노마드마크.
그중 '노마드마크'라는 사람의 채널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말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름도 유사했고, 콘텐츠도 다 비슷해 보였다. 사실 조금 얕봤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영상이 성실하게, 체계적으로 업로드되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초보자에게도 이해하기 쉬운 편집 강의, 그리고 구독자가 점점 늘어가는 모습. 나는 깨달았다. '내가 사람을 너무 쉽게 판단했구나.' 조금 미안했고, 부끄럽기도 했다. 스스로가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런 깨달음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퀴즈 채널 만드는 방법을 보고,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직접 문제를 만들고, 브루로 오디오를 녹음했다. 그리고 Canva를 활용해 영상을 제작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칸바로 디자인만 했지, 동영상 편집 기능은 처음 알게 됐다.

3. 퀴즈 채널, 몰입과 탈진의 반복
오디오를 하나하나 불러오고, 자막과 이미지의 타이밍을 맞추는 작업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어떤 영상은 하나 제작하는 데 이틀이 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즈 영상을 제작하고 업로드하는 일은 나에게 딱 맞았다.
단어찾기, 국기찾기, 틀린그림찾기, 동물이름맞추기, 역사 퀴즈 등,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떠올랐다. 식음을 전폐하며 영상 작업에 몰입했다.
조회수는 대부분 20~30회, 많아야 200회. 드물게 1,000회를 넘긴 영상도 있었다. 수익은 거의 없었지만,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고 보람 있었다.
문제는 나의 성격이었다. 천천히 해야 할 작업을 조급하게 몰아붙이다 보니 밤을 새는 일이 잦았고, 체력은 바닥나기 시작했다. 결국 탈진했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결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현재 내 유튜브 채널에는 구독자 1,180명. 가장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은 '한국사 퀴즈'로 14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1년 넘게 활동을 멈췄다.
여전히 노마드마크의 새 영상 알림이 뜰 때면 마음이 설렌다.
유튜브라는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가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고 목소리까지 대신하는 시대. 그 속에서 '다시 한 번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리고 그 마음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작은 불씨가 살아있음을 느낀다.